당신의 머릿속엔 항상 진행 중인 장편이 하나 있다. 장면은 영화처럼 선명하고, 내레이터는 그 위에 문장을 쓰고, 감정은 등장인물의 것까지 전부 당신 몫이다. 한 세계에 잠기면 바깥 소리가 실제로 멀어지고, 정신을 차려보면 세 시간이 증발해 있다.
얕게 여러 명은 애초에 불가능한 사양. 한 사람에게 깊게 잠기고, 상대가 지나가듯 한 말을 몇 주째 곱씹는다.
시동은 느린데, 걸리는 순간 불러도 못 듣는다. 벼락치기가 아니라 잠수함식으로 일한다. 다작보다 역작 체질. 문장 하나를 몇 달씩 굴리고 곱씹어 밀도를 얻는다.
"연락 안 되고 자기 세계에 갇혔다"지만 — 갇힌 게 아니라 짓는 중. 그 깊이에서 나온 결과물을 보면 잠수의 이유를 아무도 다시 묻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