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전에 이미 머릿속엔 최종 컷이 걸려 있다. 앵글, 순서, 마지막 장면까지 선명하고, 내레이터는 옆에서 담담하게 콘티를 읽는다. 촬영에 들어가면 외부 소음도 조급함도 세트장 밖 일. 끝날 때까지 카메라는 안 꺼진다.
표현은 담백한데 행동은 롱테이크. 한 번 마음에 새긴 약속은 몇 달이 지나도 예고 없이 그대로 실행한다.
요란하지 않게 시작해 어느 날 완성본을 툭 내놓는다. 중간보고가 없어 주변이 불안해하지만 결과물이 늘 해명한다. 영감을 기다리지 않고 설계한다. 창작은 폭발이 아니라 공정이다.
"차갑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지만 — 차가운 게 아니라 상영 전일 뿐. 머릿속에선 누구보다 화려한 장면이 돌아가고, 완성된 다음에만 보여주는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