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도 내레이션도 없는 초고화질 영화가 하루 종일 상영 중. 한 장면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장면이 번지듯 겹쳐 오고, 작은 자극 하나가 화면 전체의 색을 바꾼다. "무슨 생각 해?"에 대답이 늦는 이유 — 말로 된 생각이 아니라, 지금 본 것을 통째로 번역해야 하기 때문.
상대의 표정 0.5초 변화를 고화질로 저장한다. 문제는 그 장면을 밤에 혼자 100번 재상영한다는 것.
텍스트보다 도식, 회의록보다 화이트보드. 대신 자극 많은 환경에선 상영관이 과열되니 조용한 자리가 생산성의 절반. 기획·비주얼·스토리에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를 듣는다. 아이디어가 마르는 게 아니라 넘쳐서 고르는 게 일.
"멍때리고 예민하고 산만해" 보이지만 — 멍때리는 게 아니라 지금 가장 선명한 장면을 보는 중. 화질과 볼륨이 높게 설정된 채 태어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