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엔 대상 하나가 3D로 떠 있다. 말로 설명하는 대신 그걸 돌리고, 확대하고, 깎아낸다. 한번 붙잡으면 몇 시간이 통째로 사라지는데, 그 사이 미세한 결 하나하나가 전부 느껴진다 — 무디게 오래 파는 게 아니라, 아프도록 선명하게 오래 파는 타입.
한 사람을 깊게 조각하는 연애. 상대의 사소한 습관까지 고화질로 기억한다. 단, 몰입 중엔 연락이 끊기는 게 단점 아닌 사양.
하이퍼포커스가 켜지면 밥도 잊는다. 대신 예열이 필요하고, 중간에 끊기면 손실이 크다. 쪼개진 일정이 최대의 적. 말없이 손과 눈으로 깎는 장인형. 세공·설계처럼 형태를 다루는 결과물에서 빛난다.
"조용하고 답답할 만큼 신중하고 자기 세계에 갇혔다"지만 — 갇힌 게 아니라 들어가 있는 것. 침묵은 작업 중 표시등, 신중함은 이미 열 번 돌려본 뒤에 말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