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엔 거대한 캔버스가 펼쳐져 있고, 말 대신 그림으로 생각이 진행된다. 이 그림에서 저 그림으로 자유롭게 붓이 옮겨 다니는데, 신기하게도 마음은 잔잔하다. 강철 필터가 소음과 눈치와 사소한 스트레스를 걸러내서, 상상은 화려한데 멘탈은 무던한 드문 조합.
사소한 말에 밤새 시달리지 않는다. 크게 보고 넘어갈 건 넘어간다. 다만 필터가 튼튼해 신호가 작으면 안 들어오니, 말로 해달라고 하는 게 서로 편하다.
기획 초반·브레인스토밍·방향 잡기에서 최강. 마감 직전 세부 마무리는 몰입형 동료에게 넘기는 게 팀의 이익. 스타일이 자주 바뀌는 게 약점이 아니라 정체성. 파다 만 우물도 언젠가 다른 그림의 재료가 된다.
"태평하고 종잡을 수 없고 별 생각 없어" 보이지만 — 별처럼 많은 그림이 조용히 지나가는 중. 걸러도 되는 것과 남길 장면을 구분하는 필터가 좋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