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엔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 새벽 라디오처럼 말이 흐른다. 그 목소리는 아주 작은 것에도 반응한다 — 오늘 스친 표정 하나, 문장 하나가 몇 시간째 재방송되고, 이야기는 한 주제에 머무는 법 없이 다음으로, 또 그다음으로 흘러간다.
상대 얼굴을 그리는 대신 상대가 했던 말을 다시 재생한다. "그때 네가 이렇게 말했잖아"의 정확도가 소름. 다만 그 재생이 새벽 2시에 안 멈추는 게 문제.
이미지 요약보다 말로 풀어 쓰는 정리가 압도적. 회의록·피드백·글쓰기에서 조용히 에이스. 자극 많은 환경에선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 아판타지아를 공개한 작가 존 그린처럼, 머릿속에 장면이 안 보여도 글은 쓸 수 있다 — 오히려 그림이 없어 문장 자체의 결이 섬세해진다. 당신의 초고는 "본 것"이 아니라 "느낀 것"의 기록.
"감수성 풍부하고 가끔 딴 데 가 있다"지만 — 딴 데 간 게 아니라 안에서 방송이 끊긴 적이 없을 뿐. 조용해 보여도 하루를 문장으로 다시 쓰는 중.